- 산은 지분 5%→31.7%..기존 주주 감자후 900억 유상증자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산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채권액을 출자전환, KAI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와 별도로 KAI의 기존 대주주들은 KAI의 자본금을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감자를 실시 한 후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 같은 KAI의 재무구조 개선안은 결국 정부의 예산 부담을 민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일 KAI 고위 관계자는 "8월말 산업은행이 12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채권액을 출자전환, KAI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며 "이는 누적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인 KAI의 재무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앞서 KAI는 지난달 초 임시주총에서 자본금 4662억원을 2075억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실시한 후 21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1200억원에 이르는 산업은행의 출자전환은 이 같은 유상증자의 일부. 나머지 900억원의 신주는 기존 주주인 현대차(005380)와 삼성테크윈(012450),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각각 300억원씩 나눠 갖는다.

지난해 말 기준 KAI의 지분은 현대차,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28.1%씩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5%의 지분과 3838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유상 증자가 완료되면 산업은행은 지분 31.7%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삼성테크윈, 두산인프라코어는 공동 2대 주주로 지분 22.7%로 줄어든다.

KAI는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안으로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기준 375%에서 200% 수준으로 떨어뜨려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은행은 KAI의 재무구조를 개선된 후 지분을 일괄 매각한다는 장기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안이 결국 정부의 예산 부담을 일방적으로 기업에 전가시킨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KAI가 매년 200~5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자본금을 매년 까먹는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이유는 99년 출범 당시부터 1400억원에 이르는 누적 채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KAI에 지급해야 할 금액을 제때 예산에 배정하지 못해 KAI의 부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이자부담이 높아져 실적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KAI의 대정부 매출채권은 8500억원 가량으로 KAI 전체 차입 금액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은행 외 우리은행, 조흥은행, 동양종합금융증권, BNP 등 KAI의 주요 채권단 역시 이 같은 이유때문에 KAI의 출자전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KAI의 기존 대주주들은 정부가 발주하는 방산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현대차는 계열사인 로템과 위아에서, 삼성테크윈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정부가 발주하는 방산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와 금융권 관계자들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